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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한 채 가진 분들은 양도세 걱정이 없다고 생각하셨다면, 지금 이 글이 제법 불편하게 읽히실 수도 있습니다. 저 역시 처음엔 1주택이면 어지간해선 세금이 없다고 막연히 믿었는데, 장기보유특별공제 개정 논의를 들여다보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오랫동안 한 집에 살아온 1주택자도 이제 더 이상 세금 안전지대가 아닐 수 있습니다.
장특공 폐지, 진짜로 단순 보유 혜택이었나
장기보유특별공제, 줄여서 장특공이라 부르는 이 제도를 두고 "집 오래 들고만 있어도 양도세를 깎아준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정부 일각에서도 같은 논리로 폐지를 밀어붙이는 모습인데, 제가 실제 제도 내용을 들여다보고 나서는 이게 꽤 왜곡된 설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기보유특별공제란 주택을 장기간 보유하고 거주한 사람에게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 차익을 일정 비율 공제해 주는 제도입니다. 단순히 보유 연수만 채운다고 전부 혜택을 받는 구조가 아닙니다. 보유 1년에 4%, 거주 1년에 4%씩 공제율이 쌓이고, 10년 보유에 10년 거주를 모두 채워야 비로소 최대 80%(보유 40% + 거주 40%)를 공제받을 수 있습니다.
원래는 보유 기간만으로 최대 80%까지 공제가 가능했습니다. 그러다 2018년 문재인 정부 시절에 거주 요건이 추가되면서, 실거주 없이 보유만 한 경우에는 최대 40%까지만 공제되도록 이미 한 차례 강화됐습니다. 조정대상지역의 다주택자는 이 혜택 자체가 아예 없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맥락을 모르는 분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더라고요.
현재 논의되는 개정안은 보유 기간에 대한 공제를 아예 없애고, 거주 기간에 대해서만 1년에 8%씩 최대 80%를 공제하는 방향입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실거주 없이 보유만 한 1주택자는 장특공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게 됩니다.
- 현행: 보유 1년 4% + 거주 1년 4%, 최대 80% 공제
- 2018년 개정 후: 거주 요건 없으면 최대 40%까지만 공제
- 개정안(윤종호 의원 발의): 거주 기간만 인정, 1년 8%, 최대 80%
-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 현재도 장특공 혜택 없음
1주택 비과세, 12억 넘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1주택이면 양도세가 없다고 알고 계신 분들이 많은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저도 처음에 막연히 "집 한 채니까 괜찮겠지"라고 생각했다가, 실제 계산 구조를 파고들고 나서야 12억 초과분이 과세 대상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1주택 비과세란 2년 이상 보유하고 조정대상지역이라면 2년 이상 거주한 1주택자가 집을 팔 때 양도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면제해 주는 제도입니다. 단, 12억 원을 초과하는 고가 주택은 예외입니다.
예를 들어 10억에 매수해서 16억에 매도했다면 양도차익은 6억입니다. 이 6억 전체가 과세 대상이 되는 게 아니라, 전체 매도가 16억 중 12억을 초과하는 4억이 차지하는 비율(약 25%)만큼만 과세됩니다. 결과적으로 과세 대상 차익은 약 1.5억이 되고, 여기에 장특공이 적용되어야 실제 납부세액이 결정됩니다. 장특공이 빠지면 그 1.5억에 그대로 누진세율이 붙는 겁니다.
문제는 지금 서울 신축 아파트 상당수가 18억에서 20억을 넘어서고 있다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강남 일부 단지에나 해당하던 이야기가 이제는 평범한 서울 아파트 소유자에게도 현실이 됐습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출처: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 확인해 보면 서울 주요 지역 신축 아파트의 평균 거래가격이 이미 이 구간을 훌쩍 넘어선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양도세 구조가 만드는 가격대별 불평등
제가 이 문제를 들여다보면서 가장 납득하기 어려웠던 부분은 가격대별 세금 불평등입니다. 똑같이 6억을 벌었는데, 팔 때 가격이 12억 이하냐 12억 초과냐에 따라 누군가는 세금을 한 푼도 안 내고, 누군가는 수천만 원을 냅니다. 같은 이익을 실현했는데 기준선 하나로 이렇게 달라지는 구조가 공정하냐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장특공이 존재하는 본질적인 이유 중 하나는 인플레이션 반영입니다. 인플레이션이란 화폐 가치가 떨어지면서 물가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입니다. 10년 전에 8억이었던 아파트가 지금 16억이 됐다고 해서 집주인이 8억의 실질 소득을 올린 건 아닙니다. 물가가 오른 만큼은 명목 차익일 뿐, 실질 구매력 기준으로는 훨씬 작습니다. 이 물가 상승분을 공제 없이 그대로 과세한다면 개인의 책임이 아닌 사회적 현상에 세금을 물리는 격이 됩니다.
또 하나 간과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양도소득세는 매년 발생하는 근로소득세와 달리, 집을 팔 때 한 번에 큰 금액이 과세 대상이 됩니다. 누진세율 구조에서 이 금액이 단번에 상위 구간에 얹히면 실제 소득에 비해 과도한 세율이 적용됩니다. 누진세율이란 소득이 높아질수록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분산되지 않은 일시적 소득에 그대로 적용되면 세 부담이 왜곡될 수 있습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도 관련 보고서에서 장기 보유 자산에 대한 일시적 양도소득의 세율 왜곡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출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모님이 수십 년간 살아온 집 한 채를 팔아 노후를 마련하려 할 때, 가격이 12억을 넘는다는 이유만으로 예상보다 훨씬 많은 세금이 나온다면 주거 이전의 자유가 사실상 제한되는 겁니다. 주거 이전의 자유란 원하는 곳으로 이사할 권리를 말하는데, 세금이 이사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되면 이 권리는 고가 주택 거주자에게만 선택적으로 제한되는 셈입니다.
집값 상승의 원인, 계속 개인에게 돌려도 괜찮을까
저희 부모님 세대는 평범하게 월급 모아 아파트 한 채 샀고, 그게 자연스럽게 자산이 됐습니다. 그 시절에는 근로소득이 자산 가격 상승을 어느 정도 따라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지금 청년 세대인 제가 직면한 현실은 완전히 다릅니다. 서울 중간 가격대 아파트를 사려면 월급을 악착같이 모아도 20~30년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자산 격차가 시작부터 벌어져 있다는 무력감이 드는 건 저만의 감상이 아닐 겁니다.
이런 구조적 현실에서 집값 상승의 원인을 계속 개인에게 돌려도 되는지는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수년간 다주택자, 법인, 영끌족을 차례로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규제를 강화했습니다. 영끌족이란 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이들을 뜻하는 말로, 어느 순간 투기 세력처럼 프레임이 씌워졌습니다. 그런데 그 규제들을 다 시행했어도 집값은 계속 올랐습니다.
제 경험상 문제의 본질은 다른 데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규모 유동성 공급과 공급 부족이라는 시스템적 요인이 집값을 끌어올린 근본 원인일 때, 그 결과를 개인에게 세금으로 전가하는 건 책임 소재를 잘못짚은 겁니다. 이제 비거주 1주택자까지 원흉으로 지목되는 흐름을 보면서, 다음 타겟이 어디가 될지 생각하게 됩니다. 규제 대상이 계속 확장된다면, 결국 전세 거주자를 포함해 어느 형태로든 부동산에 관여한 모든 국민이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정부가 거주 여부로 투기와 실거주를 구분하겠다는 논리도 현실과 맞지 않는 면이 있습니다. 직장, 자녀 학업, 부모 봉양 등 개인의 사정은 다양한데, 거주 여부 하나로 투기냐 아니냐를 판단하겠다는 건 자유시장경제 원리에도 어긋납니다. 자유시장경제 원리란 개인이 자유롭게 경제 활동을 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시스템인데, 정부가 거주 여부까지 세제로 강제하는 건 그 범위를 넘어선 개입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1주택자는 집 팔 때 세금이 없는 거 아닌가요?
A. 매도가격이 12억 이하라면 양도세가 없습니다. 그러나 12억을 초과하는 고가 주택은 초과분에 해당하는 비율만큼 양도차익에 과세가 이루어집니다. 여기에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적용되어야 실제 납부세액이 결정되기 때문에, 장특공 폐지는 12억 초과 1주택자에게 직접적인 세 부담 증가로 이어집니다.
Q. 장특공은 그냥 집 오래 갖고 있으면 다 공제해 주는 거 아닌가요?
A. 아닙니다. 현행 장기보유특별공제는 보유 기간과 거주 기간을 각각 1년에 4%씩 따로 계산해서 합산합니다. 10년 보유에 10년 거주를 모두 충족해야 최대 80%가 적용됩니다. 거주 없이 보유만 한 경우에는 2018년부터 이미 최대 40%까지만 공제됩니다.
Q. 장특공 폐지되면 상급지 전세 구하기가 더 어려워지나요?
A.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거주 요건을 채워야만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면, 전세를 놓고 있던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내보내고 직접 입주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이는 상급지 전세 매물 감소로 이어져 전세난을 심화시킬 수 있습니다.
Q. 집값 오른 게 개인 잘못이 아니라면 왜 세금을 내야 하는 건가요?
A. 양도소득세 자체가 부당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다만 장특공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명목 차익, 즉 실질적인 구매력 증가가 없는 부분까지 과세하는 왜곡을 보정하는 기능을 합니다. 이 제도가 사라지면 물가 상승분까지 고스란히 과세 대상이 되어 실질 세 부담이 과도하게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결론
장기보유특별공제 개정 논의는 단순히 세금 하나의 문제가 아닙니다. 인플레이션 보정, 주거 이전의 자유, 가격대별 세금 불평등, 그리고 집값 상승 책임을 누가 지느냐는 더 큰 질문과 연결돼 있습니다. 제가 이 문제를 들여다보면서 느낀 건, 제도의 본질을 모르면 정부의 프레임에 쉽게 끌려다닐 수 있다는 겁니다.
부모님 세대의 성공 공식이 지금 청년 세대에게 그대로 통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집값 상승의 원인이 개인의 보유 행태가 아니라 통화 정책과 공급 부족이라는 시스템적 문제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이 두 가지를 염두에 두고 앞으로의 세제 변화를 지켜보시길 권합니다. 본인이 어느 구간에 해당하는지 직접 양도세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것도 실질적인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