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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가 어닝 서프라이즈를 냈는데 왜 국내 반도체 주가는 오히려 밀렸을까요. 저도 처음엔 이해가 안 됐습니다. 실적이 좋으면 주가가 오르는 게 상식 아닌가 싶었는데, 지난해 비슷한 상황에서 공격적으로 기술주를 들고 있다가 포트폴리오가 무너지는 걸 직접 겪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지금 시장을 움직이는 건 펀더멘털이 아니라 유동성과 달러, 그리고 금리라는 것을요. 9월은 그 세 가지가 동시에 압박을 가하는 구간입니다.
잭슨홀 이후 금리 인상 확률과 유동성 위축의 현실
잭슨홀 미팅 이후 9월 금리 인상 확률이 기존 34%에서 57%로 급등했습니다. 불과 며칠 사이에 시장의 금리 경로 인식이 완전히 바뀐 셈입니다. 케빈 워시 연준 이사의 발언이 시장에서 매파적으로 해석되면서 국채 금리가 반응했고, 이 흐름은 단순히 채권 시장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여기서 매파적 발언이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금리를 더 높이거나 오래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말합니다. 반대로 비둘기파는 금리 인하나 완화 쪽으로 기우는 시각이고요. 케빈 워시의 발언이 비둘기파 쪽이었다면 장기 채권 투매가 심화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올 만큼, 지금 시장은 살얼음판입니다.
제가 지난해 뼈저리게 느낀 게 바로 이 부분입니다. 당시 거시 지표들이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었는데, 저는 그걸 일시적인 노이즈로 치부했습니다. 달러 인덱스(DXY)가 101을 넘어서던 날, 외국인 매도가 쏟아지면서 개별 종목의 실적 호재가 아무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달러 인덱스란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의 상대적 강세를 나타내는 지표로, 이 수치가 100을 넘으면 신흥국 시장에서 자금이 미국으로 빠져나가는 속도가 빨라집니다.
9월의 또 다른 변수는 TGA(재무부 일반계좌)입니다. TGA란 미국 재무부가 연방준비제도에 보유한 당좌예금 계좌로, 이 계좌의 잔고가 늘어나면 시중 은행의 지급준비금이 그만큼 줄어들어 전체 유동성이 쪼그라드는 구조입니다. 9월은 세금 납부 시즌과 맞물려 TGA 잔고가 증가하는 구간이고, 이는 시장에 직접적인 유동성 압박으로 이어집니다. 10월에 유동성이 풀릴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그게 기대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하면 11월 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낙관하기 어렵습니다.
다음 주 발표될 CPI와 PPI 데이터가 이 모든 흐름의 분기점이 될 것입니다. CPI(소비자물가지수)는 가계가 구매하는 재화와 서비스 가격의 변동을 측정하는 지표이고, PPI(생산자물가지수)는 그보다 한 단계 앞선 생산자 단계의 물가를 보여줍니다. PPI가 먼저 오르면 시차를 두고 CPI에 반영되기 때문에 두 지표를 함께 봐야 합니다.
- 9월 금리 인상 확률: 34% → 57% (잭슨홀 미팅 이후)
- TGA 잔고 증가 → 지급준비금 감소 → 유동성 위축
- 달러 인덱스 100 돌파 시 신흥국 자금 유출 가속
- CPI·PPI 발표가 9월 금리 경로의 핵심 기폭제
반도체 사이클 전환과 포트폴리오 방어 전략
엔비디아 실적 발표 이후 국내 반도체 주가가 힘을 못 쓴 이유는 간단합니다. 시장 유동성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엔비디아를 사려는 자금이 다른 반도체 주식을 팔아서 마련됐기 때문입니다. 제가 직접 봤는데 당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외국인 순매도가 이어졌습니다. 유동성이 풍부한 시장에서는 한 종목의 상승이 섹터 전체를 끌어올리지만, 지금처럼 자금이 제한된 환경에서는 제로섬에 가까운 이동이 발생합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사이클 전환입니다. 메모리 반도체는 지금까지 P 사이클, 즉 가격 상승이 실적을 견인하는 국면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빅테크와 AI 관련주들은 Q 사이클로 돌아서고 있습니다. Q 사이클이란 가격보다 수량(Quantity)이 늘어나면서 실적이 개선되는 국면을 말하는데, 클라우드 수요 증가로 서버 출하량 자체가 늘어나는 빅테크와 달리 메모리는 공급 증가 시 가격 하락 우려가 먼저 나옵니다. 시장 자금이 어느 쪽으로 향할지는 자명합니다.
유가 문제도 인플레이션 경로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유가가 85달러 선을 넘어섰는데, 단순한 공급 감소 문제가 아닙니다. 러시아 내 정제 시설이 약 45% 수준의 타격을 입은 것으로 추정되면서 중간 유분 공급이 쪼그라들고 있습니다. 중간 유분이란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디젤, 등유, 난방유, 항공유 등을 통칭하는 말로, 경질유 기반의 휘발유와는 다른 정제 공정이 필요합니다. 지금처럼 정제 시설 자체가 타격을 받으면 원유 공급이 유지되더라도 디젤·난방유 쇼티지는 해소되지 않습니다. 출처: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의 중간 유분 재고는 계절 평균을 크게 밑도는 수준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유가 자체는 80달러 초반대인데 디젤 가격이 2022년 유가 120달러 시절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점, 그리고 이게 CPI에 직접 반영된다는 흐름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인플레이션이 단순히 금리 하나로 잡히는 게 아니라는 걸 다시 확인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까요.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9월 금리 인상이 불확실성을 해소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에너지 쇼티지와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가 살아 있는 상황에서 한 번의 금리 조정으로 기대 인플레이션을 잡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출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공개 자료에서도 확인되듯 연준의 물가 목표는 여전히 2%이고, 현재 경로는 그 목표와 거리가 있습니다.
제 현재 전략은 포트폴리오의 절반 이상을 현금으로 유지하면서 금과 미국 장기채를 각각 10% 내외로 편입하는 것입니다. 미국 장기채는 시장 크래시 시 QT(양적긴축) 중단 또는 금리 인하 기대가 살아나면서 채권 가격이 오르고, 동시에 달러 강세로 환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는 이중 방어 자산입니다. QT란 연준이 보유 자산을 줄여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정책으로, 이것이 중단되면 반대로 유동성 공급 시그널로 읽힙니다. 내년 스테이블 코인 법안 통과와 함께 유동성이 풀릴 때를 대비해 비트코인, 이더리움, 솔라나 같은 주요 코인 비중도 소폭 준비해 두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9월에 금리 인상이 되면 주식 시장은 어떻게 되나요?
A. 일부에서는 금리 인상이 불확실성을 해소하면서 오히려 시장이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만, 저는 다소 조심스럽게 봅니다. 에너지 쇼티지와 중동 리스크가 인플레이션을 구조적으로 떠받치고 있어 한 번의 금리 인상으로 기대 심리가 꺾이기 어렵고, 인상 횟수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Q. 달러 인덱스가 100을 넘으면 왜 한국 시장이 흔들리나요?
A. 달러 강세는 신흥국 자산에서 미국 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신호입니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원화 약세 구간에 한국 주식을 들고 있으면 환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기계적으로 매도하게 됩니다. 지난해 달러 인덱스가 101을 넘었을 때 코스피 외국인 순매도가 급격히 늘었던 걸 제가 직접 경험했습니다.
Q.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지금 사도 되나요?
A.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는 저평가 구간을 지나고 있어 장기적으로 3년 뒤 50~100% 수익 가능성을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다만 P 사이클에서 Q 사이클로 전환하는 구간은 가격 변동성이 크고 상승 속도가 느려지는 특성이 있어, 분할 매수나 정립식 접근이 한 번에 몰빵하는 것보다 현실적입니다.
Q. 디젤 가격이 왜 유가보다 더 문제인가요?
A. 디젤과 난방유는 원유 중에서도 중질유를 정제해야 나오는 중간 유분입니다. 러시아 정제 시설이 타격을 받으면서 원유 공급이 유지되더라도 실제로 쓸 수 있는 디젤과 난방유가 부족해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유가는 80달러 중반대이지만 디젤 가격은 2022년 유가 120달러 시절과 유사한 수준이라는 점이 CPI를 끌어올리는 직접 요인입니다.
결론
9월 시장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달러 강세, 장기채 금리 상승, 유가 상승이라는 3고 현상이 동시에 작동하는 유동성 위축 구간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구간에서 개별 종목의 펀더멘털 분석은 거의 의미가 없었습니다. 시장 자체가 내려앉는 환경에서는 좋은 종목도 같이 빠지고, 팔 타이밍을 놓치면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집니다.
지금 당장 수익을 노리기보다는 현금을 충분히 확보하고 CPI·PPI 데이터와 FOMC 결과를 확인한 뒤 방향성이 잡혔을 때 선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금과 미국 장기채는 포트폴리오의 15~20% 수준에서 보험 성격으로 편입해 두고, 내년 유동성 회복을 대비한 비트코인·이더리움·솔라나 비중도 소폭 준비해 두는 전략이 현 국면에서 가장 현실적인 접근입니다. 안전벨트를 매고 9월을 지나가는 것, 그게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