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금 만기에 통장을 열었을 때, 저는 기뻐야 했을 겁니다. 분명히 숫자는 늘어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이상하게 손이 허했습니다. 그때서야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해봤습니다. 이자가 붙었는데 왜 더 가난해진 느낌이 드는 걸까, 하고요. 그 답이 바로 인플레이션이었습니다. 실질금리: 통장 숫자가 늘어도 실제론 쪼그라드는 이유직장 생활을 막 시작했을 때, 저는 월급의 일정 비율을 꼬박꼬박 적금에 넣었습니다. 당시 시중 금리가 꽤 높다는 얘기가 돌았고, 저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습니다. 매달 납입 확인 문자가 올 때마다 뭔가 착실하게 살고 있다는 뿌듯함이 있었습니다.만기가 됐습니다. 원금에 이자가 더해진 금액이 통장에 찍혔고, 저는 잠깐 흐뭇했습니다. 그런데 그즈음 장을 보러 갔다가 멈칫했습니다. 예전에 한 봉..
2023년 이후 연준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는 동안 자산 시장은 하락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 이유를 한참 뒤에야 깨달았는데, 이자 부담의 주체가 기업이 아니라 정부로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구조적 변화를 모르면 지금 시장을 절대 제대로 읽을 수 없습니다. 정부부채가 오히려 유동성을 푸는 역설교과서대로라면 금리가 오르면 기업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한계 기업부터 차례로 쓰러지면서 시중 유동성이 빠르게 줄어들어야 맞습니다. 저도 그렇게 믿었습니다. 2022년 말에 포트폴리오를 현금과 단기 채권 위주로 전부 재편한 것도 그래서였습니다. 그리고 그 판단은 결과적으로 완전히 틀렸습니다.실제로 일어난 일은 전혀 달랐습니다. 금리 인상의 충격을 가장 크게 받은 것은 기업이 아니라 미국 연방정부였습니다..
처음 주식 투자를 시작했을 때는 실적이 좋고 기술력이 뛰어난 개별 기업만 분석하면 충분하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시장에 예상치 못한 악재가 터지거나 미국 연준(Fed)의 기준금리 인상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아무리 훌륭한 재무제표를 가진 기업이라도 주가가 속절없이 하락하는 모습을 목격했습니다.마치 아무리 뛰어난 수영 선수라도 거센 파도가 치거나 어항 자체가 깨져버리는 상황에서는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없는 것과 같았습니다. 개별 기업이라는 '물고기'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물이 흐르는 방향과 어항의 상태(매크로 환경)'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은 순간이었습니다. 매크로 환경이 투자 판을 바꾼다 — 어항이 깨지면 물고기는 없다거시경제, 줄여서 '매크로(Macro)'라고 부르는 이 개념을..